🐉 개천에서 나온 용은, 자꾸 아파

용에게도 마음이 있으니까

2024. 10. 8.

🐉 개천에서 나온 용은, 자꾸 아파

오늘레터 요약

- 내 의지 말고, 내 능력 말고,

나를 믿어주는 환경을 믿자.

-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 독자님의 요청을 받아, 자율 후원을 오픈했습니다.

* 메일이 잘 안 보인다면

저는 뼛속까지 한국인답게

개천에서 용 나는 이야기를

제법 믿으며 지냈습니다.

내 주변이 아무리 해로워도

뭐든 의지만땅으로 하다보면

언젠가 보상이 오고,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질 거라 믿었지요.

이 생각이 바뀐 건

언젠가 창작 수업을 만들고,

당시 제 눈에 용 같은 분들을

만난 뒤부터였습니다.

당시 저의 수업에는

그림으로는 더 올라갈 곳 없는

간판 대학의 학부생이나

이미 작사가 일을 하는 예술인,

대기업 디자이너처럼

당시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계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예비 작가님과

나만의 그림체를 찾기 위해

함께 즐거운 시도를 하던

수강생님도 계셨지만

제가 용처럼 느꼈던 분들은

모두 삶에 압박감을 느꼈고,

삶이 늘 편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 뛰어난 재능으로

연마한 능력과

처음의 즐거움을

모두 잃어버릴 만큼이요.

무슨 문제가 생겨도

타고난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이었지만

막상 그분들이 저를 만났을 때는

삶을 전부 의지로 끌고오느라

모든 힘을 소진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과제에 드려도,

뭐든 꾸역꾸역 해올 것만 같았어요.

오히려 좋은 능력과

끈기를 타고났기 때문에,

과제에 마음이 없어도

뭐든 해올 것 같았습니다.

제 상황과 관심사가 변하면서

수업은 종결했지만

그 이후로 저는 불굴의 의지나

철저한 훈련이 만든 실력,

효율적인 성공담을 목격할 때

조금은 슬퍼졌습니다.

마음의 방향을 살피지 않고

능력에 존재를 갈아넣는 사회가,

존재를 부수는 상황을

점점 더 자주 목격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더는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가

인생의 만능 열쇠라고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환경을 믿게 되었어요.

한 사람의 다양성과

장단점을 받아들여주는

흔치 않은 [한 명의 사람]과

흔치 않은 [하나의 환경]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어떻게든 한 번 해보고,

그 한 번이 조금씩 쌓이면서

저는 자연히

살고 싶어졌거든요.

누군가는 이 얘기가

터무니 없는 이상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말이지요.

요즘 저는

다은네 사주 이야기

계정을 운영하면서

자주 오는 질문들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주시는 질문에는

제 안에도 꽉 들어차 있는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들어있었어요.

이를 테면

저에게는 이 재료가 없는데,

그래도 잘 살 수 있을까요?

정말 이곳이 아니어도

잘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사람인데

이 일을 해도 될까요? 같은,

안심하고 싶은 마음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답장을

적게 되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답장을 읽은 독자님께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환경에 물들고 있던 게 진짜 맞아요. 이제 괜찮다 생각했는데 일을 쉬면서 보니, 저 그동안 자꾸 깜짝깜짝 놀라고, 소화도 너무 안 되고 몸이 아프고 늘 각성 상태였거든요.

일 그만두니까 돈은 크지 않아도 또 나름 들어오는 일이 있어요. 그로 인해 얻는 생각들이 많습니다. 보이는 관점들도 새롭구요. 고집은 놓아주어야 하나봐요, 신기해요.

- 오두막 주민, YJ님

오늘은 부쩍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래도 오두막 지기로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독자님이

내 존재를 알아주는

[단 한 명의 사람]과

[단 하나의 환경]을 위해

기꺼이 여정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매일이 살만해지면 좋겠어요.

오두막 주민 이야기

🌤️

지난 레터가 참 저에게 와닿았어요. 저는 저를 고쳐도 보고, 기대에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도 했지만 결국 제가 쪼개지는 결과를 맞이했죠. 그래서 계속 도망만 다녔어요. 그리고 원하는 환경을 마주한 후에야.. 변해볼 마음이 조금 생겼네요.

그러나 노력해도 안 될까봐 무섭고, 내 생각만큼 크지 않은 내 능력이 미웠어요. 120, 100 그쯤을 원했지만 난 30인 기분이었어요.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그래도 이번에는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거에요.. 꿈을 놓치고 싶지 않나봐요. 하고 싶은 게 없던 저에겐 이 꿈이 가장 소중해져버려서요. 두렵기도 해요. 안되면 내가 괜찮을까? 소중하게 여기는 목표를 실패했을 때 난 괜찮을까.

하지만 모든 걸 감당하고 한번 노력해보려고요. 미래를 너무 가늠하는 것도 지금을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요. 레터가 인상 깊어서 혼자 주절거렸네요. 앞으로도 잘 읽겠습니다. 항상 잘 보고 있어요.

- 오두막 주민,

프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