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차피 망할 텐데, 좀 쉬겠습니다.

2024. 7. 16.

어차피 망할 텐데, 좀 쉬겠습니다.

요즘 저의 모토입니다.

'어차피 망할 거, 제 속도로 살게요'에

가깝지만요.

이미 세상은

좋아질대로 좋아졌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희망도 사라진 시대이니

이런 마음은 생존 본능에

가까울 거예요.

* 메일이 잘 안 보인다면

늘 열심히 살지만

내가 상상하는 안정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무얼 희망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해도 원점으로 돌아올 때는

[언젠가 망하겠지]를 되뇌입니다.

이 주문을 입밖에 내면

내가 얼마나 상승을 원했는지,

얼마나 실패를 두려워 했고

얼마나 깊은 낭떠러지를 상상했는지

훅 와닿더라고요.

잘하는 시늉, 착한 시늉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도

새삼 알게 됩니다.

웃어도 되는 순간에는

냉소적으로 말하고,

느슨해도 되는 순간에는

긴장을 했으니까요.

이것을 반복하다 보니

종종 마음이 무력해지는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매 순간

내가 실제로 느끼는 마음과

전혀 다른 표현을 내놓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이상한 순간 웃고

이상한 순간 화내는 삐에로처럼요.

요즘은 부쩍

퇴사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직 이야기도 종종 마주하지요.

입사도 퇴사도 해본 적 없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역시 이것밖에 없더군요.

방황하며 자기 땅을 밟은 사람과,

밀려드는 방황을 애써 덮고 산 사람은

정신의 풍요도가

전혀 다를 거라는, 말 정도이지요.

달리 말해 방황이란

말랑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가 될 것이냐,

따분한 꼰대가 되느냐가 걸린

중요한 기로이기도 합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

이것만은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방황하는 사람을 보면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수련하다니,

멋있군요. 대단하군요. 장하군요!

외치고 싶어집니다.

방황기에는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보기엔 내가 에너지를 쓰는지

마는지 전혀 알 수 없어도,

실제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되니까요.

억지로 방황을 덮다가

후폭풍 맞고 한참 방황하느니

미리 조금씩 방황하면서

사는 게 훨씬 씩씩하고

멋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독자님.

만일 방황기에 접어드셨다면

이 시기 만큼은 남이 시키는 거 말고

진짜 내 맘이 즐거운 것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좋든 싫든 인생의 절반은

방황에 써야하는 시대니까요.

저나 독자님이나,

망하면 다른 거 하면 되지요.

그동안 했던 게 어디 가겠나요.

어차피 다들 백수가 되고,

다들 언젠가 망할 텐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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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적어놓긴 했으나, 일정을 따르는 것이 천성을 거스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안분지족하면서 재밌게 떠들고 놀고 게임을 하면 만족스러운데 이렇게 뭔가를 오랫동안 열심히 하는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번개처럼 꽂히는 것을 하는지라, 뭐든 시작은 즐거워서 하는데, 나중이 되면 내가 이걸 하기로 했구나!? 싶어 후폭풍이 밀려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약간의 고통을 이겨내고 결국 해냈을 때 즐거운 것을 보면, 역시 완벽한 즐거움은 어느 정도의 고통에서 나오는 게 분명합니다.

앞으로도 무언가 질리고 무언가 팍 꽂힌다면 재밌을 것 같은 일을 갑자기 벌일 것 같습니다.

이번 가을부터는 예민인 모임이든 사주 모임이든 재밌게 떠들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고 싶어요. 주제야 어떻든 서로 장하다 장하다, 할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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