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혼자라고 느껴질 때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있나요?

2024. 6. 4.

혼자라고 느껴질 때

님은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있나요?

소위 민감성이 높으면

민감해도 되는 환경,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두막 지기도 할 수 있는 한,

환경을 적절히 통제하는

방향으로 애써왔지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고 나면

은은한 고립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심신이 민감한 만큼

사람에게 둘러싸이는 것이 조심스러우니,

관계의 기준도 딱 그만큼

높아지는 것 같았어요.

* 메일이 잘 안 보인다면

내면의 배짱을 기반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덕목이라지만

원만한 관계는 있어도

완벽한 관계는 없으니,

어떤 관계에든

나름의 헛헛함이 있습니다.

어떤 현자는

사람은 다 나름대로 외로우니

그 또한 흘려보내라고 말하겠지요.

저는 그럴수록

다른 관계망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관계를 찾던 날에,

때때로 내밀한 익명 속에서

내 안의 중요한 조각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오두막 주민 전용 게시판]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아직 작은 공간이지만

차차 독자님의 조각이 찾아지기를,

조금은 기대하게 됩니다.

✏️ 오두막 주민 자유 게시판

고립감이 느껴질 때

오두막 주민 이야기

🌤️

지난 편지는 머리를 크게 맞은 느낌입니다.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제가 왜 예민한지 모르겠는 예민1인입니다. 최근에서야 저의 예민함을 인정하고 그냥 세상이 자극적이라 내가 이렇게 되어버렸나보다라고 흐릿하게 확신을 했는데요, 오늘의 글에서 그렇게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가, '타인의 존재를 나와 동등하게 하지 말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항상 내내, 저를 낮잡아 생각하고 남들을 올려쳐주고 있었어요. 그렇게 저를 지키지 못한채로 내내 살아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게 살아도 되겠다는 답을 얻었어요. 저를 지키기 위해선 아주 많이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걸요. 감사합니다. 오두막 레터로 점점 알아차리고 깨달아가는 저를 봐요. 총총

- 익명의 오두막 주민님

🌿

Q. 저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지기님께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여쭈어보았던 주민입니다.

스스로를 대견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그 말에 기대어 제 마음을 잘 다독여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알지만 행동하지 못함에 속상해서 알아차림을 대견스럽게 여겨본 적이 없거든요. 다은님 덕분에 제 마음을 잘 돌보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아 기쁘고 정말 안전지대가 생긴 기분이에요.

- 익명의 오두막 주민님

🌴

저는 저 자신만을 지키고 싶어질때는 이기적이라는 가상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다섯살짜리 아이라고 생각하고 걔의 말을 대신 해주고 싶어해요.

옆집에 사는 되게 착하고 어린 아이가 심한 말을 듣고 있다면 누구도 그냥 듣고 털어넘겨 하지 않을 거잖아요?

세상엔 백 명이 있으면 백개의 다른 의견과 입장이 있는 것이고 어떤 것도 백프로 맞는 의견은 없어요. 한번도 누가 대변해주지 못했던 어린 아이를 생각하면 이 의견을 말하는게 의미있는지 없는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말하지 않으면 이 의견은 사라진다, 는 생각으로 말 할까 말까 할때 꼭 말합니다.

- 오두막 주민, 요리님

🛡️ 예민인 방패법

🐚

지난 방패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이 떠올라 보내봅니다.

어느 날에 신나게 친구들 하고 놀고 왔는데 다른 날과는 다르게 제 편한 모습이 몇 번 나왔어요. 저밖에 모르고 이기적이기도 하고, 필터링 없이 말이 툭 튀어나가기도 하고, 생각이 짧기도 한... 개인적으로는 추하다고 생각하는 모습들이요. 다녀와서 곱씹으며 당연하게 후회도 했는데, 이상하게 그 추하지만 편했던 모습이 점점 밉지가 않더라고요.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인데...? 왜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매번 후회를 했을까? 왜 다른 사람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내가 아닌 모습을 연기하느라 힘들게 살았을까?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해내지도 못하면서. 결국 남은 건 편하지 않은 친구뿐인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가끔 이기적이고, 생각이 짧고, 그렇게 모자라지만.. 악의는 없고, 재밌고, 가끔 속깊은 얘기 나누기 좋은! 그런 저의 진짜 모습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남아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은님의 '모든 상황에서 현명하고 비폭력주의이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며, 겉과 속이 똑같은, 비현실적인 인간'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이 참 와 닿았어요.

저는 매번 사람들 앞에서 얼어붙고, 어쩔 줄을 몰라하고, 그래서 편하지 않은 사람들은 만나는 게 무서웠거든요.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 도망가거나 공격할까봐요. 그럴 때마다 저에게 상대의 공격에 대처할 힘(능청맞은 유머나 받아쳐 공격하기 같은 것)이 없다고 느꼈어요. 남들은 찔리면 아플 속살을 가리려고 갑옷을 입고 있는데 저만 안 입고 있는 느낌... 그래서 남들 앞에 나를 내놓기가 두려운 느낌이었어요.

근데 그 무방비 상태의 느낌은 제가 완벽한 모습을 고수하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속살을 방어하려는 순간, 흐트러지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이기적이게 되니까요. 최근에 했던 생각을 통해서 나의 추한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내가 될 거라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그런 감을 잡은 이후의 여유로움을 간절히 누리고 싶어요. 빠르게 상대의 입장을 파악하고, 능청맞고 유들유들하게 넘기는 여유로움은 나를 지킬 수 있어야 비로소 유효하게 발휘가 될 수 있고, 또 비로소 나를 위한 것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갈 길이 멀지만 결국 누릴 수 있겠죠?

오두막 레터, 팍팍한 일상 한 줄기 조개 입니다 (ㅎㅎ) 도움이 많이 되어요. 감사해요.

추신.

혹시 중간에 삽입되는 그림은 닉네임마다 다르게 그려 보내주시나요? 해달이 넘 귀여워요.

- 오두막 주민

돌 수집가 해달 님